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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래니
비밀이지 않은 비밀들의 행렬
12시 28분

오랜만에 만났다.

그저 그냥 그런 사이다. 그냥 할일 없으면 연락해서 만나는 사이.

심심하면 영화보고 배고프면 밥먹고, 술고프면 술마신다.

가끔 생일도 챙겨주고 그렇게 만난다.

바쁘면 서로 연락 안한다.

그러다 또 시간 괜찮아지면 만난다.

그저 그런사이다.

오늘따라 더 난리다. 나에게 남자친구가 필요하단다.

그래서 왜 그러냐 했더니 어찌 저찌 얘기하다보니 결론은 "니가 남자친구를 사귀어야 알아"

또는 "지금 네 옆에는 남자친구가 있어야 해"

"넌 사막같아. 너무 푸석푸석해. 물이 필요해"

라고 한다.

도대체 오늘따라 왜 만나자 마자 이런얘기나 하는건지.

참 이상하다. 내가좋다할때는 다 거부하던 사람들 한꺼번에 목을 맨다.

목맨김에 콱 죽어버려라

아프다는 녀석.. 4번째가 아니라 3번째란다.

엠알에이인지 뭔지 찍었더니 우측뇌에 검은 뭔가가 찍혔다고..

1차때는 다 제거 못했고 2차때 다 제거했는데 이번에 재발해서 오늘이 3차수술이랜다.

수술 끝나면 완치되는거냐 하니까 잘 모르겠단다. 잘 되면이라는데..

왜 제대 안했냐 하니 제대하고 수술할 돈이 없어서 군부대병원에서 수술하려고

병장제대 한다고 우긴거란다.

근데 그말 들은 그사람은 말이 안된다 한다.

의가사제대? 그런걸로 제대가 되야 한다고.

뭐가 뭔지..

어쨌든.. 오늘 수술이라니까... 잘... 하고 다 나아오라고만 했다.

그녀석과의 통화가 끝나고 문자로 약속을 정했다.

종로에서 만났다. 평소에 만났을때 먹지 않았던 스테이크를 먹었다.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향 좋은 커피도 마셨다.

그리고 많은 대화를 나눴다.

결론은 남자 여자에 관한 이야기들, 사람은 남얘기 하는걸 좋아하고

자기 자신은 포장하기를 바란다는거..

다 맞는말 같은데..

오늘 도무지 즐거웠지만 이해가 안되는건

왜 "지금 너에겐 꼭 남자친구가 필요해" 라고 강조하는것인지..

그사람 알고 보니 종로에서 일한단다. 종로 3가...

내가 일할곳은 공덕.. 공덕에서 집에 가려면 종로3가에서 환승해서간다.

내가 퇴근하는 시간 6시 30분. 그사람 퇴근시간 7시

공덕에서 종로까지 10분거리.

잘하면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대를 활보하니 예전보다 자주 마주칠수 있겠다.

근데 이사람과 함께 얘기하다가 깨달은건데..

나 여자들이랑은 단둘이 있어도 잘 논다.

처음 본 사람 데려다 놓고 "둘이 친구하세요" 해도 잘 논다.

근데 남자랑 단둘이 붙여놓으면 아무리 알던 사이고 친하다 해도 어색하다.

둘이 있다는 시간 자체가 어색하다.

꼭 누군가가 옆에 있어야 한다. 왜 그렇게 어색하지?

친구던 애인이던간에 둘이 있는게 어색해버리면 어쩌자는건지

이사람 자주 만나게 되면 이 황당한 습관이 없어져버릴까?

없어지는게 좋은건가?

요즘은 뭐가 뭔지 뭐가 좋고 나쁜건지 전혀 알수 없다.

그저 지금 기분 좋으면 좋은거고 나쁘면 나쁜거고

그저 지금 나는 취업했다는 사실 한가지만이 기쁜일이다.

그냥...

이젠 한시름 짐을 내려놓은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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