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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래니
비밀이지 않은 비밀들의 행렬
생일...

오늘은 룸메 이모의 아들.

그러니까 룸메의 사촌동생의 생일이었다.


 


엄마는 일한다고 지방가고,


룸메는 이모네 가서 코빼기도 안비춘지 보름째.


 


필리핀에서 유학생활 하다 방학이라 집에 왔는데,


이곳에는 나와 룸메 사촌동생만 있다.


 


불쌍한 녀석 내가 없는 동안 밥도 제대로 못챙겨먹고


강아지처럼 내가 올때까지 거실에서 쪽잠 자다가 내가 돌아오면


'오셨어요? 피곤하죠.'


하면서 쪼르르 달려온다.


 


이녀석 생일인데 친구 안만나냐니까


그냥 집에 있는다고 하는데,


실은 많이 외로운가보다.


 


나도 여기서 일하면서 친한 사람은 커녕 아는 사람 하나 없이


홀로 생일을 보내니 이제 26이나 된 나도 이런데


이제 16살인 얘는 얼마나 외로울까 싶었다.


 


'나, 생일인데.. 나 생일인데..'


유난히 칭얼거림이 많았다.


집에서 엄마한테도 끓여주지 않았던


생일 기념 미역국을 끓여주고, 브로컬리를 데쳐주고, 소세지를 볶아줬다.


맛이 없을텐데도 맛있다며 잘 먹는다.


 


왠지 안쓰럽기도 하고..


생일이니 노래방 가자고, 사구치러 가자는데


피곤해서 싫다고 거절하니


'아, 나 생일이잖아요~'라며 어린애처럼 칭얼 거린다.


 


하긴 어린애 맞지.


'야, 내가 너한테 해줘도 넌 내 생일때 없잖아.'


그랬더니


'누나 생일에 꼭 한국 들어와서 축하해줄게요.'


이런다.


 


그럴수 없다는거 알면서도


엄마마저 없는 빈집에 홀로 있는게 안쓰러워서


못이기는척 따라줬다.


 


아...


생일은 역시 사랑받는걸 한번 더 확인하고 행복해야 하는데...


어쨌든.. 피곤하다. 자야지.

유키
2010-04-12 07:49:53

왠지 안쓰럽군요,,,그 사람에게 생일 축하한다고 전해 주세요~~^^
머래니
2010-04-12 20:48:30

생일 축하 두번 하다가 제가 졸도할뻔 했어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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